거대 모델 경쟁에서 한 발 비켜선 두 회사
글로벌 빅테크가 파라미터 수와 벤치마크 점수로 경쟁하는 사이,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른 길을 택했다. 자체 초거대 모델의 성능을 앞세우기보다, 이미 수천만 명이 쓰는 자사 서비스에 AI를 녹여 넣는 '실용주의' 전략이다.
그 성과가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지난 7월 15일 AI 검색 서비스 'AI탭'의 누적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대상 베타로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성적이다.
네이버: '검색'을 넘어 '실행'으로
네이버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이용자 수가 아니라 사용 밀도다. 정식 출시 이후 이용 지표가 뚜렷하게 올랐다.
- 일평균 질의 수: 베타 대비 약 7배 증가
- 이용자 1인당 질의 수: 약 1.7배 증가
- 후속 질문을 이어가는 '멀티턴' 이용도 증가 추세
네이버는 검색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까지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스마트렌즈로 상품을 촬영하면 AI 브리핑에서 핵심 정보를 확인하고, AI탭 대화창을 거쳐 구매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흐름을 이달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질 로드맵도 자사 데이터에 밀착해 있다. 8월에는 네이버페이 부동산 데이터와 이용자 자산 정보를 결합한 매물 추천 에이전트, 웨일 브라우저 특화 에이전트가 나온다. 연내에는 의료 정보와 카페의 실제 경험, 병원·영양제 검색을 묶은 건강 에이전트도 예고돼 있다.
네이버 김광현 CDO는 "AI탭을 통해 국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검색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글로벌 범용 AI와 다른 '국내형·실행형' AI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카카오: 별도 앱 대신 카톡 속으로
카카오의 방향은 더 분명하다. 새 앱을 띄우기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안에 AI를 자연스럽게 심는 방식이다.
- 대화 내용을 정리해 주는 '대화 요약' 기능
- 대화방 안에서 바로 쓰는 이미지 생성·수정 기능
- 정부 '모두의 AI' 사업 참여 공식화
다만 시장의 평가는 네이버와 갈린다. 증권가는 네이버에 대해 AI 신사업 가치가 주가에 덜 반영됐다며 매수 기회로 보는 반면, 카카오에 대해서는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췄다. 여러 증권사가 목표가를 6만9000원대에서 5만~6만원대로 하향 조정했다.
핵심 우려는 수익화다. 'GPT in Kakao' 누적 이용자가 약 1100만 명에 이르지만, 실제 활성 이용과 뚜렷한 수익 모델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의 축이 '성능'에서 '데이터·실행'으로
두 회사의 행보는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범용 모델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제 승부는 '누구의 모델이 더 똑똑한가'보다 '누가 사용자의 일상 데이터와 실제 실행을 쥐고 있는가'로 넘어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의 커머스·부동산, 카카오의 메시징은 빅테크 범용 AI가 쉽게 넘보기 어려운 방어선이다. 한국 이용자에게는 화려한 벤치마크보다, 매물을 찾고 물건을 사고 대화를 정리하는 '손에 잡히는 AI'가 먼저 일상에 들어온다는 의미다.
관건은 두 가지다. 에이전트가 얼마나 정확하게 '실행'을 마무리하는가, 그리고 그 편의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가다. 성능 경쟁의 다음 라운드는 벤치마크 표가 아니라,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