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시간에 이런 말이 오갑니다. "이번 스프린트 안에 끝내죠." "우린 애자일하게 갑시다." "그건 칸반 보드에 올려 주세요." 분명 한국어인데, 어쩐지 하나도 안 들어옵니다.
정작 "애자일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설명해 주는 사람도 드뭅니다. 그래서 나만 모르는 것 같아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 적, 혹시 있으신가요? 걱정 마세요. 이 단어들은 뜻만 알면 하나도 안 어렵습니다.
오늘은 '일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여섯 단어를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만큼 쉽게 풀어 드리겠습니다. 각 단어는 따로 읽어도 이해되도록 정리했으니, 궁금한 것부터 골라 보셔도 좋아요. 자, 하나씩 볼까요?
1. 애자일 (Agile)
애자일은 '날쌘, 민첩한'이라는 뜻으로, 일을 잘게 나눠 만들고 반응을 보며 계속 고쳐 가는 방식입니다. 레고를 한 번에 다 조립하지 않고, 조금 쌓고 살펴보고 또 쌓는 것과 비슷해요.
예전에는 처음에 세운 계획을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자주 바뀝니다. 그래서 애자일은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수정'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짧게 만들고, 써 보고, 고치고. 이 짧은 반복을 계속 돌리는 것이 핵심이에요. 2001년 여러 개발자가 모여 정리한 애자일 선언(Agile Manifesto)에서 시작된 개념입니다.
이럴 때 써요: "요구사항이 자주 바뀌니까, 이번 프로젝트는 애자일하게 진행합시다."
2. 워터폴 (Waterfall)
워터폴은 '폭포'라는 뜻으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단계를 순서대로 하나씩 끝내는 방식입니다. 도미노를 앞에서부터 차례로 넘어뜨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쉬워요.
기획을 끝내야 디자인, 디자인을 끝내야 개발로 넘어갑니다. 순서가 분명해서 관리가 편합니다. 대신 뒤로 갈수록 앞 단계를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애자일과 자주 짝지어 비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워터폴은 '한 번에 제대로', 애자일은 '조금씩 여러 번'이라고 기억하면 됩니다.
이럴 때 써요: "요구사항이 처음부터 확실하니, 이번엔 워터폴 방식이 낫겠어요."
3. 스크럼 (Scrum)
스크럼은 원래 럭비에서 선수들이 어깨를 맞대고 뭉치는 대형을 뜻합니다. 일에서는 정해진 역할과 회의로 팀이 한 몸처럼 굴러가게 하는 애자일 실천 틀이에요.
스크럼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짧은 주기마다 할 일을 정하고, 매일 잠깐 모여 진행 상황을 나누고, 끝나면 무엇이 좋았는지 돌아봅니다. 스크럼 가이드(Scrum Guide)는 이를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가벼운 틀"이라고 설명합니다. 애자일이 '생각'이라면, 스크럼은 그 생각을 실제로 굴리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이럴 때 써요: "우리 팀은 스크럼으로 돌아가요. 매일 아침 15분씩 모입니다."
4. 스프린트 (Sprint)
스프린트는 '전력 질주'라는 뜻으로, 기간을 딱 정해 놓고 그 안에 결과물을 만드는 짧은 작업 구간입니다. 시험 기간처럼 '이 주까지는 여기까지'가 정해져 있다고 보면 돼요.
스크럼에서는 보통 이 구간을 한 달 이내로 잡습니다. 스크럼 가이드는 스프린트를 "한 달 이하의 정해진 길이"로 정의합니다. 왜 짧게 끊을까요? 결과를 빨리 확인하고, 잘못된 방향이면 빨리 바로잡기 위해서예요. 한 구간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구간이 시작됩니다.
이럴 때 써요: "이번 스프린트는 2주짜리예요. 로그인 기능까지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5. 칸반 (Kanban)
칸반은 일본어로 '간판, 카드'라는 뜻입니다. 할 일을 카드로 만들어 보드에 붙이고, 일의 흐름을 눈으로 보며 관리하는 방식이에요.
보드는 보통 '할 일 → 하는 중 → 완료' 칸으로 나뉩니다. 카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걸 보면 진행 상황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칸반의 중요한 규칙 하나는 '하는 중'에 동시에 올려 둘 일의 개수를 제한한다는 점입니다. 한꺼번에 여러 일을 벌이면 오히려 느려지니까요. 냉장고에 붙인 오늘의 할 일 메모판을 떠올려 보세요. 딱 그 느낌입니다. (보드가 알록달록해지는 건 덤입니다.)
이럴 때 써요: "그 작업은 칸반 보드 '하는 중' 칸으로 옮겨 주세요."
6. 이터레이션 (Iteration)
이터레이션은 '반복'이라는 뜻으로, 같은 과정을 다시 도는 한 번의 작업 사이클을 가리킵니다. 자전거 페달을 한 바퀴 돌리는 것과 비슷해요. 그 한 바퀴가 이터레이션입니다.
애자일은 계획–제작–확인의 과정을 계속 반복합니다. 이 반복 한 번 한 번을 이터레이션이라고 불러요. 스프린트도 이터레이션의 한 종류입니다. 다만 스프린트는 스크럼에서 쓰는 이름이고, 이터레이션은 더 넓게 쓰는 말이에요. 한 바퀴 돌 때마다 결과물이 조금씩 더 완성됩니다.
이럴 때 써요: "다음 이터레이션에서는 검색 기능을 다듬어 봅시다."
자주 묻는 질문
애자일과 스크럼은 같은 말인가요?
아니요, 층이 다릅니다. 애자일은 '짧게 나눠 반복하며 고쳐 간다'는 큰 생각이고, 스크럼은 그 생각을 실제로 실천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애자일을 스크럼으로 한다"는 표현이 가능합니다. 애자일이 우산이라면, 스크럼은 그 아래 있는 우산살 하나라고 보면 이해가 쉬워요.
스프린트와 이터레이션은 어떻게 다른가요?
둘 다 '짧게 끊어 반복하는 한 구간'을 뜻해서 거의 비슷하게 쓰입니다. 차이는 이름을 쓰는 자리에 있습니다. 스프린트는 스크럼이라는 틀 안에서 쓰는 정식 용어이고, 이터레이션은 방식과 상관없이 두루 쓰는 일반적인 말입니다. 스프린트는 이터레이션의 한 종류라고 정리하면 됩니다.
워터폴은 이제 안 쓰는 낡은 방식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워터폴은 요구사항이 처음부터 분명하고 중간에 잘 바뀌지 않는 일에 여전히 잘 맞습니다. 건물을 짓거나 규격이 정해진 제품을 만들 때가 그런 경우예요. 반대로 시장 반응을 보며 계속 바꿔야 하는 일이라면 애자일이 유리합니다. 무엇이 더 좋다기보다, 일의 성격에 맞춰 고르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일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여섯 단어를 살펴봤습니다. 이제 회의에서 이 말들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으시겠죠? 다음 글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실제 일을 이끄는 사람들의 직함과 산출물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PM·PO·와이어프레임·프로토타입처럼 기획 현장에서 매일 오가는 여섯 단어를, 역시 쉽게 정리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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